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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열한 살 정우의 겨울 산

[이슈투데이=김윤겸 기자] ● 해피바이러스 정우

열한 살 정우의 이번 겨울방학도 산을 오르는 일로 시작됐다. 벌써 3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 오르는 아빠가 걱정돼 늘 아빠를 따라나서는 정우.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지만, 힘들다는 소리 한 번을 하지 않는다. 아빠에겐 이 산이 삶의 터전인 걸 알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찬밥으로 허기를 채워야 하지만, 언 손을 녹여주는 아빠의 따뜻한 입김이면 금세 해맑은 미소를 띠는 정우다. 항상 아빠와 한 몸처럼 붙어 다니고 아빠 품에 안겨 잘 때면 뽀뽀 세례를 퍼붓는 애교쟁이. 정우가 아빠 바라기가 된 건, 4살 무렵 엄마와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아빠’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쏟아내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 정우의 꿈은 다름 아닌 환경미화원이다. 마을 구석구석 쓰레기를 주우며 소박하고 순수하게 꿈을 키워가는 정우는 지친 아빠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해피바이러스다.

● 겨울 산, 복령 캐는 아빠

오늘도 아빠 순정(51) 씨는 산으로 향한다. 아버지를 따라 10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한 산. 3년 전부턴 생업으로 하는 약초꾼이 됐다. 죽은 소나무 뿌리 끝에서 자라는 버섯의 일종인 복령을 찾아 나서는 아빠.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손의 감각으로만 찾아야 하니 복령을 캐는 날보다 허탕을 치는 날이 더 많다. 아내와 떨어져 살다 3년 전 이혼하면서부터 아빠는 위장장애로 매일 약을 달고 살아왔다.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또 복령을 캐는 일조차도 힘에 부치지만, 한창 뒷바라지해 줘야 할 아들 정우를 생각하면 빈손으로 집에 가는 일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 단칸방 월세를 내는 날이 다가오면 더 부지런히 산에 오르는 아빠를 지켜주겠다며 험한 산을 함께 오르는 아들을 보면 행여 이 고된 일이 정우에게까지 가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지 덜컥 겁이 난다. 다만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된 이 산이 정우에게만은 넉넉하게 베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삼대(三代)의 단칸방

낡은 간판을 단 건물의 상가. 삼대가 누우면 꽉 차는 방에서 할아버지, 아빠, 정우가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지도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겨울이면 웃풍 때문에 이불로 바람을 막아야 하고, 온수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겨울이 제일 견디기 힘들지만, 불평할 수가 없다. 이 열악한 단칸방마저도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신세. 매달 20만 원의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 단칸방만은 꼭 지켜야 하기에 아빠는 마음이 조급하다. 평생 산에서 복령을 캐온 할아버지는 골다공증 수술을 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굽은 등으로 산을 올라 아들에게 힘을 보탠다. 편찮으신 아버지께 맘 편히 누울 공간도 마련해주지 못하는 아들로서의 죄송함, 점점 커가는 아들에게 공부방조차 마련해주지 못하는 아빠로서의 미안함. 아빠는 오늘도 단칸방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겨울을 안고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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