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 무려 5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회사 '이그니오'의 홈페이지가 갑자기 사라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그니오의 고가 인수 논란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투자 실패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이그니오의 공식 홈페이지(igneo.com) 주소로 접속하면 이그니오가 아닌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pedalpoint.co)로 연결된다.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이그니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이그니오의 계열사들은 페달포인트의 자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의 로고 또한 기존 이그니오 로고에서 페달포인트의 로고로 변경됐다. 미국 최대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서비스인 링크드인에도 이그니오라는 이름 대신 모두 페달포인트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일하게 이름이 바뀌지 않은 회사는 고려아연이 지난해 4월 약 740억원(5500만 달러)에 인수한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 뿐이다. 캐터맨의 경우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에서 회사 정보를 클릭하면 기존의 캐터맨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런 와중에 고려아연이 무려 58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기업의 사명과 로고 등을 불과 2년 만에 통째로 바꾸며 브랜드가치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안팎에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이사회 재편 및 집행임원제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소집을 청구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이 이그니오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아예 이그니오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할 당시 설립된지 얼마 안 된 신생기업을 제대로 된 실사 없이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을 책정했고, 그 결과 매도자들에게 최대 100배라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며 "최윤범 회장 측은 이그니오 흔적 지우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이그니오 투자의 진실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