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은 최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순환출자를 악용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에 대해 “수십년간 대기업 경제력집중 규제(재벌규제)를 구축해 온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흔들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한 탈법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는 대기업집단(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경제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었다.
1980~1990년대 국내 대기업들은 적은 자본으로 다수 기업의 지배를 위해 순환출자를 적극 활용했으나, 이러한 순환출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 계열사 동반부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1986년부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도입하여 대기업집단 내 상호출자를 금지한 이후, 2014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완전 금지했다.
그러나 최윤범 회장은 지난 1월22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기습적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새로이 형성했다.
임시주총에서 영풍 & MBK파트너스 연합과의 표 대결이 불리해지자,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고려아연의 호주 내 피지배회사인 SMC에 넘겨 탈법적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 25.42%를 제한했다.
이는 정부의 1986년 상호출자금지, 1990년 탈법행위 금지,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이후 최초의 의도적인 상호출자 금지 위반 내지 탈법행위로,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다.
최윤범 회장은 애초부터 현재까지 고려아연의 1대 주주가 아니었으며, 단순한 경영대리인일 뿐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자신의 경영자로서의 지위 유지를 위해 탈법적 꼼수로 우리나라 정부가 수십년간 공들여 온 순환출자 규제를 무력화했다.
이 사태는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대기업의 법적·사회적 책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며, 특히 공정거래법 제21조의 직접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점에서 위법성과 탈법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수십년간 노력해 구축한 지배구조의 건전화 방벽이 무너질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